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이 어린데도 불구하고 더 어린 아기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스스로 제법 잘 해내는 아이임에도 말을 더듬거나 기저귀나 젖병을 찾는 등의 행동을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유아퇴행’이라 부릅니다. 퇴행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유아퇴행의 의미와 징후 그리고 변화 대응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로 하겠습니다.
유아퇴행의 의미
유아퇴행은 행동이나 말투 등등이 갑자기 이전의 발달 단계로 돌아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 화장실을 잘 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실수를 하거나, 말을 잘 하던 아이가 말을 더듬거나 유아어를 사용하는 경우, 젖병으로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하는 경우 등등이 있습니다. 단순한 장난을 넘어 이 같은 행동이 반복될 경우 아이가 내면적으로 겪는 불안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적인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18개월에서 6세 사이의 아이들에게 자주 나타나며, 일시적인 현상이 대부분이긴 합니다. 퇴행은 발달의 일시적인 후퇴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발달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아이가 새로운 환경이나 감정에 적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익숙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퇴행의 원인은 다양합니다만 동생이 생기거나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의 입학 및 전학, 부모님의 이혼, 이사 등등 환경적인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또, 지나친 훈육이나 경쟁적인 분위기 역시 아이에게 부담이 되어 퇴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퇴행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행동 변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심리적 배경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아퇴행의 징후
유아퇴행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위에 소개드린 것 외에도 손가락을 빠는 행동이나 이유없는 짜증과 울음, 부모에게 심하게 의존하는 모습 등도 있습니다. 이처럼 퇴행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고 아이마다 나타나는 양상도 다릅니다. 이러한 퇴행을 단순히 ‘버릇’이나 ‘고집’으로 생각하고 야단치거나 훈육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퇴행이라는 방식으로 심리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하나의 신호인 것입니다. 따라서 양육자는 아이의 퇴행 행동을 보고 나무라기보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모든 퇴행이 정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너무 장기적으로 지속되거나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경우 혹은 자해성 행동이 동반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양육자가 먼저 아이의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아동 심리상담이나 소아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권장드립니다.
유아퇴행에 대한 부모의 변화 대응법
유아퇴행은 아이의 신호이기 때문에 건강하게 아이가 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퇴행 행동을 보일 때 이를 무조건 훈육하려 하는 것보다 ‘요즘 무슨 놀이를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니?’, ‘그럼 속상할 때는 언제니?’라고 물으며 아이의 마음을 살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살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큰 위안을 느낍니다. 두 번째는 일관된 태도입니다. 아이가 퇴행 행동을 보일 때 너무 과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완전히 무시할 경우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젖병을 찾는 아이에게 무조건 젖병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컵으로 마시는 게 멋진 일이야.’라고 말하며 아이가 습득한 기술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에 아이가 필요로 하는 정서적인 관심과 애정을 듬뿍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퇴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관심과 안정감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동생이 태어나거나 유치원에 들어가는 등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면 아이와 미리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주세요. 아이가 감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림책이나 역할놀이를 통해 상황을 제시하고 아이가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것입니다.